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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줄거리
《인턴》(The Intern, 2015)
감독·각본: 낸시 마이어스
주연: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 르네 루소
장르: 코미디·드라마
러닝타임: 121분
한국 개봉: 2015년 9월 24일
한국 관객: 약 361만 명
한국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70세의 홀아비 벤 휘태커는 은퇴 후 무료함을 느끼던 중 온라인 패션회사 ‘About the Fit’의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회사의 젊은 CEO 줄스 오스틴은 처음에는 나이 많은 인턴 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침착함, 배려심을 가진 벤은 서서히 회사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줄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간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대가 가진 장점을 발견하면서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평가와 반응
씨네21에서는 전문가 3명의 평균 별점이 6.0점, 관객 별점은 7.86점이었다. 전문가 평도 “진짜 어른이 만든, 진짜 어른의 세계에 대한 영화”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재미와 교훈은 중반까지만”, “딱 80년대식 코미디의 낙관”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왓챠피디아에서는 현재 평균 4.0/5점(2,250명)으로 비교적 좋은 관객 반응을 보이고 있고, 사용자 코멘트에서도 “따뜻한 조언과 위로의 손수건”, “노인의 퇴임 이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같은 반응을 볼 수 있다.
해외 평론은 국내 관객 반응보다 훨씬 엇갈린다. 현재 Rotten Tomatoes는 평론가 59%, 관객 73%이고, 평론가들의 공통된 평가는 대체로 두 배우의 케미와 매력은 좋지만 소재를 충분히 깊게 파고들지는 못했다는 쪽이다. Metacritic은 51점/100점, 36개 평론을 기준으로 혼합 또는 평균적’ 평가를 받았고, 사용자 점수는 6.8/10으로 평론가보다 높았다. 긍정적으로 본 쪽에서는 두 배우의 케미와 따뜻함을 높이 평가했다. RogerEbert.com의 Glenn Kenny는 이 영화를 상당히 즐겁고 호감 가는 작품으로 평가했고, Chicago Sun-Times도 재치 있는 대사와 주변 인물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긍정적으로 봤다. 반대로 Guardian의 평론은 영화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며, 후반의 감정적 갈등도 충분히 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재미있는 것은 해외에서도 관객과 평론가 사이에 비슷한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 관객 쪽에서는 이 영화를 따뜻하고 편안한 영화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꽤 강하고, 평론가들은 그 따뜻함과 별개로 각본의 단순함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세대의 벽을 진짜 허문 것은 무엇이었나?
70대의 인턴 벤과 30대의 CEO 줄스
영화 《인턴》은 처음부터 세대 차이를 전면에 내세운다. 빠르고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CEO와 오랜 경험을 가진 아날로그 세대의 인턴. 처음에 줄스는 벤을 반기지 않는다. “노인은 싫다”며 자신에게 배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벤이 관찰력이 너무 뛰어나니 운전기사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영화가 끝날 무렵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장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 도대체 두 사람 사이의 세대 차이를 좁힌 것은 무엇이었을까?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줄스가 어머니에게 가서는 안 될 이메일을 어머니에게 잘못 보내고 몹시 당황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젊은 직원들이 디지털 세대답게 해킹까지 생각해 보지만 결국 방법을 찾지 못한다. 그때 70대의 벤이 나서서 최신 기술 대신 아무도 생각 못했던 방법으로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한다. 마치 영화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젊은 세대가 항상 앞서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 든 세대가 뒤처진 것만도 아니다. 세대마다 가진 능력의 종류가 다를 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세대 차이를 극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젊은 사람이 하는 일을 늙은 사람이 똑같이 따라 하게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나는 영화를 다시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세대의 벽을 진짜 허문 것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였다
벤은 젊은이들을 좇아 디지털 기술을 배우려 애쓰지 않았다. 대신에 보스인 줄스가 좋아하는 얼굴표정과 눈깜박임을 연습한다. 줄스가 벤을 다른 부서로 보내려 하자 오히려 당신의 세계를 배우러 왔다며 줄스와 일하기를 원한다.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간 건 벤이다. 줄스가 벤의 페이스북 가입을 도와주면서 그의 삶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고, 그를 단순한 ‘70대 인턴’이 아닌 인생 선배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어른과 어른다운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줄스의 고백이다.
벤의 집, 문턱이 없는 집
벤에게는 이상한 힘이 있다. 사람을 품는 힘.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일단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그러면서도 상대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알아차린다. 섬세하지만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는다. 필요할 때 둘러보면 거기엔 항상 벤이 있다. 벤의 집에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든다. 갈 곳 없는 젊은 직원들은 잠시 머물고, 마사지사 피오나는 친구가 되어 찾아온다. 벤의 집에 가면 회사 사람들을 다 만난다. 벤의 집에는 문턱이 없다.
영화에서 ‘무덤에 함께 묻힌다’는 이야기가 두 번 나온다. 처음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줄스가 남편과 이혼하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혼자 묻히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벤은 “그럼 우리 부부 옆에 묻히면 된다”는 식으로 그녀의 걱정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준다. 그리고 얼마 후, 줄스는 출근 전에 한 시간 일찍 벤의 집을 찾아간다. 회사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벤이 배정되는 것조차 싫어했던 줄스였다. 그런데 어느새 벤은 줄스에게 자신의 가장 깊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함께 묻힌다면 그보다 더 가까울 수 없겠죠.’ 나는 이 장면이 참 좋았다. 줄스는 남편과도 나누지 않았던 무덤 이야기를 벤과 나누고 있었다. 그만큼 벤은 줄스가 자신의 가장 사적인 생각까지 편안하게 꺼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반면 나는 어떤가? 누군가 집에 온다고 하면 전날부터 쓸고 닦고 치운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고 보니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했다.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않을 것을 나누고, 실수할까 걱정한다. 어쩌면 노후의 외로움은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과 나 사이에 내가 세워놓은 벽 때문에 외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벤의 손수건, 사람을 품는 방식
벤의 손수건이 기억에 남는다. ‘손수건이 왜 필요해요?’라는 젊은 친구의 질문에 ‘손수건은 빌려주기 위해서 가지고 다니는 거야 ‘ 누군가 힘들 때 눈물을 닦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벤이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더욱 인상적이다. 부부가 화합하면서 함께 우는 장면, 남편을 용서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한 줄스가 남편에게 말한다. “조언 하나 할까? 손수건 갖고 다녀.” 처음에는 그냥 벤을 흉내 낸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말 속에서 줄스가 벤에게서 받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느꼈다. 줄스가 남편에게 바란 것은 어쩌면 벤처럼 자신이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달라는게 아니었을까.
벤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영화《인턴》을 다시 보며 나는 벤이 부러웠다. 나와 비슷한 나이인데, 나는 사람과 관계 맺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벤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곁에 다가와 머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현실에서는 벤 같은 70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런 영화를 자주 보고 싶다. 영화 속 벤을 보며 ‘저런 노년이라면 나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마음이 움직여지는 것.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나이 들어가는 우리에게는 꽤 좋은 자극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도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런 영화가 노년층에게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자극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