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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퍼펙트 데이즈》 평범한 하루를 아름답게 사는 법 | 정보와 줄거리 | 평가와 반응

카이로스11 2026. 9. 20. 10:52

목차


     

     

    정보와 줄거리

     

    정보

    • 영화 제목: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 개봉: 2023년 / 한국 2024년 7월 3일
    • 감독: 빔 벤더스
    • 주연: 야쿠쇼 코지 — 히라야마 역
    • 장르: 드라마
    • 러닝타임: 124분
    • 한국 관객: 약 14만 명
    • 한국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주요 수상: 2023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야쿠쇼 코지),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

     

    줄거리

    특히 야쿠쇼 코지의 연기가 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대사가 많지 않은데도 표정과 행동만으로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연기가 핵심입니다. 도쿄 시부야의 공공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 그의 하루는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정성스럽게 화장실을 청소하고, 점심에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나무를 바라봅니다. 퇴근 후에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를 찍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카가 찾아오고, 여동생과 만나게 되고, 여러 사람들이 그의 일상에 들어오면서 조용했던 삶에 조금씩 균열이 생깁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히라야마가 왜 지금과 같은 삶을 선택했는지 조금씩 짐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영화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삶에도 의미가 있을까?”

    평가와 반응

    한국에서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씨네21 기준으로 전문가 평균 7.50점, 관객 평균 7.75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영화를 ‘삶의 수행’, ‘삶의 가치’, ‘나른한 평온’ 등으로 바라봤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특별한 사건이 없는 일상 자체’를 영화의 중요한 대상으로 본 평가가 많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 영화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사건과 대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영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왜 화장실 청소 장면을 이렇게 오래 보여주지?”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반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 시간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해외 평론가들의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현재 Rotten Tomatoes에서는 평론가 96%, 관객 93%를 기록하고 있고, Metacritic에서는 80점/100점, 사용자 8.1/10입니다. 평론가들이 주로 높게 평가한 것은:

    • 평범한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방식
    • 야쿠쇼 코지의 절제된 연기
    • 반복되는 삶에서 발견되는 작은 아름다움
    • 음악과 영상이 만들어내는 정서
    • ‘단순한 삶’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
    • 반면 일부 평론에서는 영화가 지나치게 느리고, 명상적이며, 반복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Metacritic에 실린 평가에서도 이런 의견이 확인됩니다. 

     

    평범한 하루를 아름답게 사는 법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왜 완벽한 하루가 되었을까

    처음 영화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게 무슨 영화지?” 히라야마의 하루는 너무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나무를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먹고, 퇴근하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잠이 든다. 다음 날도 거의 똑같다. 영화의 대부분이 특별할 것 없는 하루의 반복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반복을 보고 있으면 조금씩 생각이 달라진다. 변하지 않는 하루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히라야마에게 화장실 청소는 단순한 생계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남보다 잘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에게 자신을 증명할 필요도 없는 일,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 히라야마는 오히려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는 직업의 명예뿐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자신의 평가를 내맡기는 삶을 내려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많은 것을 내려놓은 사람의 눈에는 드디어 다른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들이 들어온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 나무의 흔들림, 오래된 음악, 헌 책방에서 빌린 책 한 권.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하루는 감옥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지켜주는 질서이자 자유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지 않을까? 매일 똑같은 삶을 산다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삶일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히라야마는 외로운 사람이다. 그리고 분명 아픈 과거가 있다. 가족과의 관계에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상처가 있었던 것 같지만 영화는 그것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히라야마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보여준다. 누군가는 이혼했고, 누군가는 사랑을 잃었고,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한다.특히 마지막에 만난 이혼한 남자는 자신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거의 모르는 사람인 히라야마에게 전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다르다. 이 남자는 관계에서 생긴 고통을 다시 관계 안으로 가져가 해결하려 한다. 반면 히라야마는 사람에게 기대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히라야마에게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두 사람이 나눈 그림자 이야기에서 히라야마의 고통을 보았다. “그림자가 겹쳐지면 더 어두워질까?” 히라야마는 말로 대답하지 않고 직접 그림자를 겹쳐본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도 고통은 있다. 당신만 아픈 것이 아니다.” 다만 히라야마는 고통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히라야마는 도망친 사람일까, 자유로운 사람일까

    나는 히라야마가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삶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안에는 히라야마도 있고, 마지막에 등장한 이혼한 남자도 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관계 속에서 상처를 해결하고 싶다. 또 어떤 순간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히라야마처럼 살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그렇게 살 수 없다. 아직 갖고 싶은 것도 많고, 인정받고 싶은 것도 많고, 놓치고 싶지 않은 관계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히라야마의 삶은 정답이라기보다 하나의 가치관으로 보인다. 많은 것을 내려놓은 사람이 선택한 자유.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은 히라야마가 혼자 차를 몰며 음악을 듣는 장면이다. 주인공의 연기력이 빛나는 장면이다. 감독인 빔 벤더스는 야쿠쇼 코지의 엔딩씬 연기에 대해 "노래가 작은 차 안을 가득 채우고, 코지가 그 노래를 자기 것처럼 소화하고, 그 가사를 온전히 내면화한 후 그 노래를 얼굴로 표현하는 방식이 정말 대단했다" 라고 극찬했다. 그의 얼굴은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하다. 행복한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오늘의 고통이 내일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아니라는 것. 오늘은 오늘이고, 다음은 다음이다. 밤이 오면 다시 아침이 오고, 햇빛은 일렁이고, 나뭇잎은 흔들리고, 그림자도 모양을 바꾼다.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모습을 일본어로 코모레비(木漏れ日, komorebi)라고 한다. 어쩌면 히라야마는 많은 것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비로소 그 작은 빛을 볼 수 있게 된 사람인지도 모른다.

     

    히라야마는 도망친 사람일까. 아니면 마침내 자유로워진 사람일까. 나는 아직 답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이상하게도 그 마지막 장면, 마지막 얼굴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어쩌면 완벽한 하루란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하루가 아니라, 고통이 있어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하루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