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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줄거리
정보
- 영화 제목: 《노매드랜드》(Nomadland, 2020)
- 감독·각본: 클로이 자오
- 주연: 프랜시스 맥도먼드(펀), 데이비드 스트라탄(데이브)
- 장르: 드라마
- 러닝타임: 108분
- 한국 개봉: 2021년 4월 15일
- 한국 관객: 약 8만 5천 명
- 원작: 제시카 브루더의 논픽션 《Nomadland》
- 제작: 미국·독일
- 이 영화는 2021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베니스영화제에서는 황금사자상도 수상했다.
줄거리
경제적 붕괴로 자신이 살던 도시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남편까지 잃은 펀은 작은 밴을 집 삼아 미국 곳곳을 떠돌기 시작한다. 그녀는 아마존 물류센터 등에서 계절성 일을 하며 생활하고, 길 위에서 만난 여러 노매드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각자의 길로 떠난다. 펀에게 노매드의 삶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이미 무너져버린 과거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살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씨네21 역시 펀이 상실을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전환하고, 여러 노매드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다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평가와 반응
국내 :
씨네21 기준으로 현재 전문가 평점 8.00, 관객 평점 8.50이다. 전문가 6명이 모두 8점을 줬고, 평론에서도 비움, 유랑, 공동체, 희망 같은 키워드가 반복된다. 씨네21의 한 평가는 이 영화를 “공동체, 언제 어디서든 존재가 가능한 희망의 이름”이라고 표현했다.
해외 :
현재 Rotten Tomatoes는 평론가 93%, 관객 82%이다. 평론가들은 영화의 시적인 분위기, 자연 풍경,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연기, 그리고 경제적 상실 이후의 불안과 자유를 함께 담아낸 점을 높게 평가했다. Metacritic은 87/100, 사용자 점수는 7.3/10이다. 재미있는 것은 평론에서도 영화가 노매드의 삶을 무조건 낭만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많이 짚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는 세탁, 좁은 밴, 추위, 물건을 줄이는 삶 같은 불편함도 보여주면서 동시에 길 위에서 느끼는 자유와 아름다움도 보여준다.
길 위에서 다시 삶을 만드는 사람
불편함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지평선
영화《노매드랜드》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다면, 견뎌내야 할 불편함이 꽤 많겠다는 생각이었다. 내 마음을 알아차렸다는듯이 영화는 멋진 풍경부터 보여주지 않는다. 들판에서 두리번거리며 소변을 보는 주인공의 모습, 마치 노마드의 삶은 이런 거야 라고 미리 말해주는 것 같다. 샤워를 며칠에 한번 할까? 배설물은 어디에 어떻게 버릴까? 차 안에서 자는 것은 어렵지 않겠는데 음식은 매일 통조림 요리만 먹나? 저런 삶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갑작스런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얼마나 문명의 이기에 묶여서 꼼짝 못하고 살고 있는지를 보게 되었다. 만약에 노매드의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에 던져진다면 내가 과연 살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나서 눈에 들어온 것이 지평선과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이 영화는 영상미가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여행은 지평선 또는 수평선을 보는 것이다. 고층 빌딩들이 나의 시선을 가로막지 않는 탁 트인 곳을 달려보는 것, 예를 들면 실크로드를 따라 오래된 역사를 배워가며 여유롭게 여행하는 것, 그것이 나의 꿈이었다. 이 영화는 무대 전체가 바로 그런 곳이다. 그러나 영화 속 노매드들의 삶은 여행과는 다르다. 여행자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만, 노매드에게는 길 자체가 삶의 일부다.
집은 있지만 마음의 안식처를 잃은 사람, 집을 잃고도 살아가는 사람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초보 유랑족을 위한 훈련소(RTR)를 운영하며 노매드들을 돕는 일에 헌신하고 있는 노인이다. 그는 5년전에 아들을 잃었다. 오늘은 아들의 33번째 생일, 그는 펀에게 자신이 평생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한다. 집이 있어도 마음은 쉴 곳이 없는 사람, 아들의 죽음 이후 그의 삶은 멈춰버린 듯했다. 그가 간직하고 있는 것은 언젠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소망이었다.
반대로 집을 잃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지만 자신의 삶을 계속 이어가는 사람, 바로 주인공 펀이다. 펀은 남편을 잃었고, 살던 지역도 잃었다. 이제 그녀는 밴을 타고 혼자 이곳저곳을 떠돈다. 돈이 필요하면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을 해서 충당한다. 노매드의 삶을 원했다기보다 노매드의 삶 속으로 던져진 사람 같다. 그 얼굴에는 어딘가 어둡고 외로운 표정이 남아 있다.
펀이 언제 가장 외로웠을까?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작별하고, 다음에 어디로 갈까 생각할 때가 아니었을까?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추측이다. 스케줄에 따라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익숙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죽음과 같은 시간일 수도 있다. 날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오라는데도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떠나야 할 때, 그 때가 정말 자유로운 때이면서 가장 외로운 때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매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노매드들의 관계가 그녀에게는 삶의 일부가 된다.
펀에게 상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녀는 그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사람처럼 보인다. 집을 잃었다고 해서 삶까지 잃는 것은 아니다. 펀은 자신을 homeless라고 부르지 않는다. “나는 집(home)이 없는 게 아니라, 집(house)이 없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집이란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잠시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잃은 펀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만의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영화에서 처음 만난 노매드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참 좋았다.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곳에서는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지가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잠시 함께 시간을 보내고, 헤어질 때가 되면 다시 각자의 길로 간다. 그들의 관계에는 이상한 편안함이 있다.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지도 않고, 상대방의 삶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잠시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생각해 보면 노매드라고 해서 모두 같은 이유로 떠도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상실 때문에 떠났고, 누군가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떠났으며, 누군가는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노매드의 삶 자체가 하나의 철학일 수도 있다. 내가 만약 노매드로 살아볼 기회가 있다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일일 것 같다.
어디에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
펀을 보면서 나는 노매드의 삶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노매드가 된다는 것은 반드시 집을 버리고 떠도는 삶을 선택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펀처럼 삶의 터전을 잃고 길 위에 서게 된 사람도 있고,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으로 노매드가 된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디에서 사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인지도 모른다.
펀의 삶은 자유롭지만 외롭다. 아름답지만 불편하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 살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잃는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익숙했던 삶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삶이 아니라, 잃은 뒤에도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매드랜드》는 결국 나에게 어디에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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