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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줄거리
정보
- 영화 제목:《리스본행 야간열차》
- 원제: Night Train to Lisbon
- 개봉: 2013년
- 한국 개봉: 2014년 6월 5일
- 감독: 빌 어거스트(Bille August)
- 원작: 파스칼 메르시어(Pascal Mercier)
- 주연: 제레미 아이언스, 멜라니 로랑, 잭 휴스턴, 마르티나 게덱
-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미스터리
- 러닝타임: 111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국가: 스위스·독일·포르투갈
- 국내에서는 2014년 6월 5일 개봉했고, 씨네21 기준 누적 관객은 73,462명이다.
줄거리
스위스 베른에서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는 오랫동안 변함없는 일상을 살아온 사람이다. 어느 비 오는 날 출근길에 다리 위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인 한 젊은 여성을 구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붉은 코트와 책 한 권, 그리고 얼마 뒤 출발하는 리스본행 열차표를 남긴 채 사라진다. 그레고리우스는 책 속에 적힌 문장에 강하게 끌린다. 책의 저자는 포르투갈의 의사이자 작가인 아마데우 프라도. 결국 그레고리우스는 오랫동안 지켜온 자신의 일상을 뒤로하고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오른다. 리스본에서 그는 프라도를 알고 있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의 과거를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프라도는 독재정권 아래에서 저항운동에 참여했고, 사랑과 우정, 신념과 배신을 경험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프라도의 삶을 추적할수록 그레고리우스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프라도의 과거만이 아니다. 자신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프라도의 삶을 찾아 떠난 여행은 결국 그레고리우스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여행이 되어간다.
평가와 반응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엇갈린다. 국내 씨네21에서는 전문가 평균 5.40점, 관객 평균 6.82점으로 기록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영화가 삶과 죄책감, 한순간의 선택 등을 다룬다는 점을 주목하면서도, 원작의 사유를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Rotten Tomatoes에서는 평론가 41%, 관객 61%를 기록하고 있고, Metacritic은 평론가 점수 30/100, 사용자 점수 6.5/10이다. 평론가들의 주요 비판은 원작의 철학적·문학적 깊이를 영화가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과거의 정치적 사건과 로맨스, 현재의 그레고리우스 이야기가 다소 분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 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와 아름다운 리스본의 풍경, 성찰적인 분위기를 좋게 본 평가도 있다. 특히 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는 여러 리뷰에서 언급된다. 한 평론은 그가 영화의 다소 느슨한 각색을 붙잡아주는 배우라고 평가했고, 다른 평론에서도 그레고리우스의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메마른 삶에 내린 늦은 단비
2~3년 전 아무 기대 없이 TV에서 만났던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이번에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야 이 영화에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원작에 대한 평가가 워낙 좋아서,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혹시 내가 좋아했던 이 영화가 원작의 깊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영화를 다시 보고 난 뒤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원작 소설이 아니라, 내가 이 영화에서 느꼈던 감동에 대해 쓰고 싶었다.
이미 메말라버린 사람, 그레고리우스
스위스 베른에 사는 그레고리우스는 고전문헌학 교사다. 책에 파묻혀 사는 고리타분한 학자풍의 사람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아내는 그레고리우스가 지루한 사람이라며 그를 떠났다. 자신이 지루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그레고리우스 자신도 부인하지 않는다. 삶에 특별한 기대도 없고 그저 하루하루 시계 알람에 맞춰 사는 사람, 그의 메마른 마음을 나눌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체스도 일인이역 하면서 혼자 둔다. ‘내 인생은 뭐지?’ 가 그의 삶에서 꽤 오래된 질문이었을 것 같다.
한 권의 책이 그를 리스본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프라도의 삶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느날 우연히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된 한권의 책이 마치 자석처럼 그를 리스본행 야간열차로 잡아 끈다.
“우리 안에 있는 것들 중 작은 부분만을 경험한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가”
저자인 아마데우 프라도는 ‘나머지’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짧은 인생을 불사르듯이 산 사람이다. 이 낯선 프라도의 삶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그레고리우스는 처음으로 자신의 안정된 삶을 일탈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그레고리우스는 왜 이렇게까지 프라도를 알고 싶었을까. 프라도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프라도를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 아닐까.
알면 알수록 그레고리우스에게 프라도는 자신과 완전히 다른 인간이었다.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 자신의 신념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 사람, 한 여인을 놓고 친구와 갈등했던 사람, 그레고리우스와는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혁명을 위해 함께 싸운다던 사람들이 결국 사랑과 욕망 때문에 친구에게 총을 겨누는 위선적인 모습까지 다 보게 된다. 프라도는 강렬하게 살았지만, 후회가 없는 완전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가 남긴 깊은 사유는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었던 질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거다. 프라도의 삶이 아무리 강렬해도 그것은 나의 삶이 아니다. 나는 프라도처럼 살 수 없다. 나는 지루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루한 사람이 아니에요 — 마리아나
마리아나의 등장은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조사가 미궁에 빠져들 때쯤 그레고리우스의 관점을 조정해주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레고리우스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를 바라봐 주는 사람. "나는 지루한 사람이다."(그레고리우스) "당신은 지루한 사람이 아니에요."(마리아나) 프라도의 글이 그레고리우스에게 “다른 삶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줬다면, 마리아나는 그에게 “당신도 그런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준 사람. 프라도의 철학적 문장보다 마리아나의 평범한 한마디가 그레고리우스에게 더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그럼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돼요?
그리고 마침내 그레고리우스가 도달한 생각은 “프라도는 충만하게 살았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여기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리스본 여행의 목적이 여기서 드러난다. 프라도의 삶을 확인하러 온 사람이 마침내 자기 삶을 평가하게 된 것. 그레고리우스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이 지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경험하지 않고 남겨둔 ‘나머지’를 향해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럼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돼요?" 떠나려는 그레고리우스에게 마리아나가 한 말이다. 사실 리스본에 사느냐 스위스에 돌아가느냐는 본질이 아닐 수도 있다. 어디에서 사느냐보다 누구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마리아나의 말은 어쩌면 이런 질문처럼 들린다. “당신이 이제부터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왜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그리고 그레고리우스의 “What?” 알면서 모르는 척,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듯 귀를 쫑긋하는 모습, 여기서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며 영화가 끝난다. 마치 ‘빙고’를 외치는 사람 같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내게 남긴 것
이 영화를 다시 보고 난 느낌은 메마르고 갈라진 땅에 단비가 촉촉히 내리는 것과 같았다. 프라도의 거칠고 강렬한 삶은 어쩌면 그레고리우스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지나가야 했던 하나의 배경이었는지도 모른다. 프라도를 찾아 리스본으로 떠났던 그레고리우스는 결국 프라도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여행의 끝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철학이 아니라, “당신은 지루한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말해주는 한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영화가 오래 마음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레고리우스는 혼자 체스를 두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레고리우스를 연기한 제레미 아이언스의 절제된 연기도 좋았다. 큰 감정을 터뜨리지 않아도 표정과 눈빛만으로 조금씩 살아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메말라 있던 한 사람의 마음에 늦은 나이에 찾아온 단비처럼, 이 영화는 내게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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